혼자서 무엇부터 할까: 결정 대기 목록과 틀린 일정 추정에서 배운 것
게임 네 개를 혼자 굴리며 우선순위를 정한 방법을 실제 결정 문서로 돌아본다. 결정을 모아 한 번에 묻는 목록, 추천안을 굵게 적는 형식, 8~13주 추정이 추정일 뿐인 이유, 그리고 '거의 다 됐다'가 가장 위험한 신호였던 경험을 적었다.

혼자 개발하면 할 일이 줄어들지 않는다. 게임 네 개가 동시에 돌면 더 그렇다. 한 달을 지나며 내가 제일 자주 한 질문은 “어떻게 만들지”가 아니라 “무엇부터 할지”였다. 이 글은 그 질문에 답하려고 만든 문서들을 돌아보는 회고다. 한 달 전체 이야기는 한 달 회고에 있고, 여기서는 결정과 일정만 다룬다.
결정은 모아서 한 번에
작업하다 보면 내가 정해야 하는 것이 계속 생긴다. 난이도, 도메인 이름, 서버를 어디 둘지 같은 것들이다. 그때마다 작업을 멈추면 하루가 조각난다. 그래서 AvoidNow와 랜선포차에는 결정 대기 목록을 뒀다.
규칙은 단순하다. 기술 세부는 알아서 정하고 진행한다. 제품, 이름, 밸런스처럼 내가 판단할 일만 목록에 쌓는다. 그리고 내가 자리에 돌아오면 인터뷰처럼 몰아서 답한다. AvoidNow의 결정 문서는 9월 26일 밤샘 작업 뒤에 스무 항목짜리로 만들어졌다. 항목마다 후보가 A, B, C로 나뉘어 있고 추천안은 굵게 표시돼 있다. 답은 “1-B, 2-A”처럼 번호로 줄 수 있다.
| 항목 | 그날 정한 것 |
|---|---|
| 난이도 곡선 | 초반이 느슨해서 앞당김. 봇 평균 생존 65초 → 41초 |
| 도메인 | 웹, 한국 서버, 해외 서버에 서브도메인 하나씩 |
| 배포 | 싱글과 멀티를 지금 같이 배포. 한국 서버는 전용 VM |
| 프로토콜 | 바이너리로 교체 |
| 지연 보상 | 배포 후 실제 체감을 보고 결정 |
마지막 줄처럼 “지금 정하지 않는다”도 결정이다. 조작감, 판정 크기, 추가 패턴, 점수 방식은 “플레이해 보고 정할 것”으로 남겼다. 서버 용량도 그렇다. 공개 전에는 제일 싼 VM을 유지하고, 동시 접속이 자주 25명을 넘으면 그때 올리기로 했다.
AvoidNow 판 시작 30초 무렵. 이 초반 구간을 더 빨리 조이는 쪽으로 결정 1번을 정했다
운영 중인 것이 먼저
우선순위의 첫 번째 규칙은 이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게임을 깨지 않는 것이다. Salmonholic이 CrazyGames에 올라가 운영을 시작한 뒤, 다른 게임 문서마다 “Salmonholic 서버는 절대 건드리지 말 것”을 적었다. AvoidNow도 처음에는 Salmonholic의 서울 VM 구성을 그대로 따라가려 했지만, 9월 26일에 방향을 바꿔 전용 VM을 새로 만들었다. 새 기능보다 지금 돌아가는 판이 먼저다.
추정은 추정일 뿐이다
PallMark에서는 첫 출시까지의 순서를 9월 6일 밤에 정했다.
| 순서 | 단계 | 그때의 추정 |
|---|---|---|
| ① | 던전 | 3~5일 |
| ② | 클래스별 스킬 모션·이펙트 (약 90개) | 2~3주 |
| ③ | 몬스터 특성 | 1~2주 |
| ④ | 아이템 | 2~3주 |
| ⑤ | 사운드 (3,070개를 이벤트에 연결) | 1주 |
| ⑥ | 마을 | 1~2주 |
합치면 8~13주다. 문서에는 바로 아래에 “추정이지 측정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래서 규칙을 하나 더했다. ②를 시작하기 전에 스킬 하나를 모션, 이펙트, 소리, 타이밍까지 끝까지 만들어 본다. 그 하나에 며칠이 걸리는지 알아야 90개 추정이 측정이 된다.
Salmonholic의 공개 계획도 같은 식이었다. 마일스톤 여섯 개에 8~10주를 잡으면서 “실측 속도가 없으므로 첫 2주 후 재산정한다”고 적었다. 판정은 문서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배포된 빌드를 해 보고 내리는 것으로 정했다.
“거의 다 됐다”가 가장 위험한 신호
PallMark 던전 작업이 그 교훈을 줬다. 9월 5일에 “던전 교체 성공”이라고 기록했다. 다음 날 1층에서 갈 수 있는 칸이 43칸뿐이라는 게 드러났다. 전체 8,541칸 중 0.5%였다. 계단 하나에 작업 8개가 들어갔고, 원인에 대한 가설이 일곱 번 틀렸다.
기록을 다시 세어 보니 던전 작업은 8월 28일부터 9월 6일까지 10일, 관련 커밋이 191건이었다. 그 사이 방향이 세 번 바뀌었다. 그날 내가 남긴 말은 “거의 2주 동안 던전만 건드렸는데 진전이 정말 조금”이었다. 그래서 일정 문서에는 이 문장이 들어 있다. “거의 다 됐다”가 가장 안 믿을 신호다. 남은 단계도 같은 긴 꼬리를 가질 거라고 보고 추정을 읽는다.
지금 쓰는 순서
한 달을 지나며 정리된 판단 순서는 이렇다.
- 운영 중인 게임이 깨졌나? 그러면 그것부터.
- 내가 정해야 할 것이 쌓였나? 목록으로 모아 한 번에 답한다.
- 큰 덩어리를 시작하나? 하나를 끝까지 해 보고 나서 추정한다.
- “다 됐다”는 보고를 받았나? 직접 해 보기 전에는 다 된 게 아니다.
AI와 역할을 나눈 방식은 AI 도구와 함께 만드는 방식에 따로 적었다. 이 순서로 굴리고 있는 게임은 AvoidNow, 랜선포차, Salmonholic, 그리고 Steam 출시를 준비하는 PallMark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