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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개발일지

테마 아레나 다섯 곳을 설계하며

던전 탐험을 버리고 쉼 없이 적이 몰려오는 아레나로 방향을 튼 밤부터, 주방·도서관·지하묘지·성소·실험실 다섯 테마에 몬스터와 보스를 붙이고 화풍 문제를 받아들이기까지의 기록.

Salmonholic ·· 6분 읽기

석상과 제단이 놓인 PallMark 성소 아레나 한가운데로 날개 달린 악마 무리가 몰려든 장면

지금 PallMark의 탑은 한 층이 아레나 하나다. 주방, 도서관, 지하묘지, 성소, 실험실이 차례로 돌아가며 나온다. 처음부터 이렇게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이 구조는 던전 작업에 지쳐 있던 9월 6일 밤의 대화에서 나왔다.

던전만 열흘을 만졌다

8월 28일부터 9월 6일까지 열흘 동안 나는 던전만 만들었다. 기록을 세어 보니 관련 커밋이 191건이었고, 그 사이 방향이 세 번 바뀌었다. 구매한 던전 조각을 전부 다른 팩으로 바꿨다가, 새 생성기를 1층부터 적용했다가, 원본 방 프리팹을 통째로 복제하는 쪽으로 갔다. 되돌아간 게 아니라 갈아엎은 것이었다.

가장 아팠던 건 9월 5일의 보고였다. “던전 교체 성공”이라고 적었는데 다음 날 확인해 보니 1층에서 캐릭터가 걸어갈 수 있는 칸이 43칸이었다. 전체 8,541칸 중 0.5%였다. 계단 하나를 고치는 데 작업이 여덟 개 들어갔다. 그날 내 메모에는 “거의 2주 동안 던전만 건드렸는데 진전이 정말 조금”이라고 적혀 있다.

“웨이브가 아니라 뱀서처럼”

그날 밤 층 안의 흐름을 다시 설명했다. 적이 몰려오고, 처치 수를 채우면 마지막에 보스가 나오고, 보스를 잡으면 다음 층으로 간다. 처음엔 이걸 “웨이브”라고 불렀는데 곧 정정했다. 한 무리가 오고 쉬고 다음 무리가 오는 게 아니라, 뱀서라이크처럼 쉼 없이 흘러나오고 시간이 갈수록 빽빽해져야 했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던전이냐 아레나냐”는 잘못된 질문이었다. 탑, 계단, 층 진행은 그대로 남는다. 바뀌는 건 층 안의 내용이 탐험이냐 아레나냐였다. 그날 밤 정한 명세는 이랬다.

항목 정한 것
크기 기존에 가장 넓던 방(89칸)보다 훨씬 넓게
적 등장 사방 바깥에서 안으로. 아레나는 섬처럼 떨어져 있다
바깥 낮은 난간 너머로 탑 아래 풍경
한 층 길이 5분 안팎, 중간 휴식 없음
지형 길을 막는 것만. 높이 유불리·파괴·함정은 넣지 않는다
보스 적 흐름에 섞여 들어온다. 전용 문이나 강림 연출 없음
테마 주방(빈 바닥)·도서관(기둥)·지하묘지(엄폐물)·성소(높낮이)·실험실(혼합)

지형을 “막는 것만”으로 제한한 이유는 계산 때문이다. 높이 유불리를 넣으면 전투 규칙을 다시 열어야 한다. 성소의 높낮이는 보기 위한 것이고, 전투에서는 평면이다.

주방 아레나에서 고블린 무리에 둘러싸인 각인병과 보스의 붉은 공격 예고 범위 1층 주방. 빈 바닥이라 적이 사방에서 곧장 들어온다

다음 날 새벽 아레나 다섯 개의 무대가 나왔고, 오전에 둘 다 남기고 나중에 정하자고 했다가, 11시 29분에 방향을 아레나로 확정했다. 그날 오후 주방 아레나에 연속 스폰이 붙었다.

무대는 다섯인데 속은 전부 주방이었다

그 뒤 2주 동안은 스킬과 클래스 작업을 하느라 아레나를 다시 보지 않았다. 9월 22일에 재고를 세어 보고서야 이상한 점을 알았다. 무대 프리팹은 층 번호에 따라 다섯 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안의 전투 설정, 즉 존·몬스터·보스는 주방으로 고정돼 있었다. 도서관 무대에 들어가도 고블린과 주방 보스가 나왔다. 겉만 바뀌고 속은 같았던 것이다.

그날 네 가지를 정했다.

  • 몬스터 외형: 주방·도서관·지하묘지는 던전 팩(Synty), 성소·실험실은 다른 RPG 몬스터 팩에서 고른다. 합쳐 18종, 새로 만드는 것은 0개.
  • 다섯째 보스: 이미 갖고 있던 역광의 기사를 성소에 둔다. 새로 만들거나 사지 않는다.
  • 보스 연결: 테마가 지정한 보스 ID를 기존 정의에서 찾아오는 경로를 추가한다. 알 수 없는 ID면 기본 보스로 조용히 바꾸지 않고 오류를 낸다.
  • 이름: 코드 곳곳의 “kitchen”을 테마 중립적인 이름으로 먼저 바꾼다. 다섯 테마가 다 붙은 뒤에 바꾸면 손댈 곳이 훨씬 많아진다.

이름 바꾸기와 동작 바꾸기를 한 커밋에 섞지 않은 게 도움이 됐다. 이름만 바꾸고 검사를 통과시킨 뒤 테마 선택을 붙였는데, 그 과정에서 층 완료 판정과 층 보상 판정에 “주방일 때만”이라는 조건이 남아 있는 걸 찾았다. 그대로 뒀다면 2층부터 보스를 잡아도 층 정리와 보상이 끊겼을 것이다.

청록 조명의 실험실 아레나에서 빨간 점박이 버섯 괴물들이 플레이어를 둘러싼 장면 5층 실험실. 버섯과 민달팽이, 두꺼비가 나온다

한산한 아레나, 틀린 가설 둘

같은 날 홍보 영상을 찍으려다 또 하나가 드러났다. 화면이 한산했다. 45초에 15마리, 분당 30마리 꼴이었다.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적”과 정반대였다. 30초 시점에 플레이어 반경 8 안의 적 수를 재 보니 1층 2마리, 3층 0마리, 5층 3마리였다.

내 가설은 두 개였고 둘 다 틀렸다. 예전에 고친 입구 결함이 되돌아갔다는 가설은, 확인해 보니 그 수정이 멀쩡히 살아 있었다. 동시 등장 상한이 쌓인 스폰을 버린다는 가설은, 30초 시점에 버려진 수가 0이었다. 진짜 원인은 층마다 스폰 속도 곡선이 0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적이 사방 외곽에서 걸어오는 시간이었다. 예전에 봤던 “분당 145마리”라는 숫자는 플레이어 체력을 100,000으로 고정해 둔 시험용 수치였다.

층 N이 (N-1)×60초 지점부터 곡선을 시작하게 고치자 같은 측정이 1층 2마리, 3층 15마리, 5층 37마리가 됐다. 세 가지 밀도를 만들어 비교했고 가장 옅은 “current”(초당 0.8→4마리, 동시 16→96마리)를 골랐다.

화풍이 튄다는 걸 알고 받아들였다

9월 23일, 다섯 테마를 화면으로 검수한 결과는 “튄다”였다. 성소의 기사들은 파랑·보라·청록 장식과 빨강·검정 갑옷이 석재 배경보다 채도가 높고 실루엣이 복잡했다. 실험실의 빨간 점박이 버섯은 알아보기는 쉽지만 귀여운 표정과 둥근 형태가 어두운 석재와 안 어울렸다.

성소 아레나에서 날개 달린 악마와 기사 무리가 화면을 가득 메운 장면 4층 성소. 다른 팩에서 온 기사들이 배경보다 선명하다

대안도 있었다. 전부 같은 팩으로 통일하면 화풍은 맞는다. 하지만 성소와 실험실에 유령과 영혼을 넣어야 해서 도서관과 겹치고, 층마다 달라 보이게 하려던 목적이 흐려진다. 나는 그대로 가기로 했다. 결정 기록에는 “다시 꺼내지 마라. 화풍이 튀는 것은 알고 받아들인 것이지 못 본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1층 보상 화면. 일반 금고 두 개와 보물 금고 하나 중 하나를 고른다 보스를 잡으면 층 보상. 5분 안에 잡으면 금고마다 30% 확률로 보물 금고가 섞인다

돌아보며

아레나로 바꾸고 버린 것은 미로 생성기 하나였다. 탑, 계단, 벽 처리, 소품 통과 규칙은 그대로 남았다. 열흘짜리 던전 작업이 헛수고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다만 겉과 속이 따로 도는 것을 2주 동안 몰랐던 건 반성할 점이다. 무대가 다섯 개 보인다고 다섯 테마가 완성된 게 아니었다. 이 아레나에서 싸우는 클래스들은 PallMark 일곱 클래스 소개에, 게임 전체는 PallMark 소개 페이지에 정리해 두었다.

#PallMark#레벨디자인#아레나#몬스터#개발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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